안녕하세요? risknet 입니다.
정확히 17일 전, 아내의 눈 검진및 새로운 콘택렌즈를 처방 받기 위해 안과를 들렀다 아내의 성화에 못이겨 저 또한 눈 검진은 정말 정말 오랜만에 받아 보았습니다. 하루에 15시간 이상을 컴퓨터 앞에 앉아 있고, 가끔 초점이 안맞는다고 불평을 했던 저였기에 당연히 아내의 떠밀림이 있었습니다.
시력검사를 마치고, 의사 선생님 (Dr. Brian Cho)께서 눈 안을 들여다 보시고 잠시후 옆에 어시스턴트에게 'optical nerve' 사진 찍어주세요 라고 말씀을 하시는데... 정말 오랜만에 온 안과라 루틴처럼 정기검진에 포함된 것인줄 알았지요. 시신경 사진 및 시신경 유두를 찍은 후, 나즈막한 목소리로 '집안에 녹내장 환자 있으세요?' 라며 말씀하시는데 가슴이 철렁하고 내려앉았습니다. '녹내장인가요?' 라고 되묻고는, 그 전까지는 이 질환에 대해 한번도 공부해 본 적도 없고 관심도 없었던 질환이었는데... 온 몸이 굳어 버렸습니다.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평생 안약을 넣으시면 괜찮을거에요.' 라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도 잠시... '안압이 조금 높고 이렇게 cup size (시신경 유두 크기를 말하는듯) 가 일반인 보다 훨씬 크면 녹내장일 확률이 많습니다. 그런데 2주후 vision 테스트 해 보아야만 나쁜지 안 나쁜지 알 수가 있습니다.' 그렇게 17일을 눈에 대해 정말 많이 공부하고 지냈습니다. 그 와중에 이렇게 '녹내장 진행을 멈춘 사람들 - 녹진사' http://cafe.daum.net/glaucomaend 라는 카페를 알게 되었고 많은 님들에게서 힘을 얻고 또 저도 함께 아픔을 나누며 지낸 17일 이었습니다.
오늘 아침 8시 45분, 긴장된 마음으로 병원을 다시 찾았습니다. 생소하던 vision 테스트도 이곳 녹진사를 통해 어떻게 해야 하는거라는 것을 조금은 배워서 갔습니다. 참 힘들었습니다. 불빛도 너무 작게 보일뿐 아니라 혹시나 보이는 불빛을 놓지면 어떻게 하나 싶은 마음에 온 신경이 한 쪽 눈으로 집중되었었습니다. 그렇게 많은 생각을 그렇게 짧은 시간동안 해 보기는 태어나 처음인것 같았습니다. 프린트를 해서 제 환자폴더에 넣어서 의사선생님께 의견을 들으러 가는 순간도 긴장의 연속이었고... 의사선생님께서는 노트북에 제 진료기록을 꼼꼼히 기록하시고는 지난번것과 비교해 보시고, 또 다시한번 눈 속을 들여다 보시고 vision 테스트 한 결과를 보시고는...
'녹내장이 없으세요.' 라는 말씀을 건네셨습니다. 녹내장이기를 바란것은 아니지만, 녹내장이라 이미 알고 생각하고 지낸 17일 이었기에 많은 이곳 녹진사 분들께 미안한 마음이 앞섰습니다. 이미 '녹진사' 를 통해 공부를 많이 했기에 참 많은 질문을 드렸습니다. '선생님, 안압이 높아 시신경 cup size 가 커 졌는데도 걱정 할 일이 없을까요? ... '네, 크게 안하셔도 되고요. 앞으로 정기적으로 4개월 마다 오셔서 검사 받으시면 됩니다. 일반 사람은 3% 정도로 녹내장 걸릴 확률이지만, 환자 분께서는 그 보다 훨씬 높은 확률을 가지셨기에 앞으로 꾸준히 정기검진 받으러 오세요.' '선생님, 안압이 조금 높다면 안약을 넣는걸 권하세요? 계속 컵 사이즈가 커지면 안되는데...' ...... '4개월 후에 보고 그때도 안압이 조금 높다면 그때 안약을 처방해 드릴께요. 그런데 한 번 넣기 시작하면 평생을 넣어야 하거든요.'
. . . . .
1시간여 검사와 의사 선생님과의 진료 및 상담을 이렇게 마쳤습니다.
그러니까 병명은 말씀 하지 않으셨는데, 보아하니 제가 안압이 조금 높을 뿐 시야검사도 정상으로 나와 녹내장은 아니라 말씀하신거였습니다. 하지만 녹내장 위험군에 속하니 4개월 마다 정기검진 꼭 하러 와야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17일 동안, 이곳 '녹진사' 를 통해 많은 도움을 받고 마음의 안정을 찾는법도 배웠습니다.
그리고 그 동안 살면서 느끼지 못했던 소중함, 그리고 타인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습니다.
전 앞으로도 그렇게 살고 싶습니다. 이곳 아픔을 가진 분들과 동일한 아픔을 갖고, 제가 믿는 신이 허락하는 순간까지 최선을 다해 나누며 살겠다 다짐합니다.
'바로 서서 나를 바라보면 사랑해야 할 사람들이 보인다'
제가 늘 다짐하려 만든 말이지만, 앞으로는 매일같이 되새기며 나 보다는 당신들을 위한 삶을 살고자 노력하고 싶습니다.
* 위의 글은 '녹내장 진행을 멈춘 사람들 - 녹진사' 라는 다음 카페에 "서로의 아픔과 고민을 함께 나누는 회원님들의 마음을 향한" 감사를 전하려 올린 글입니다. "녹내장 진행을 멈춘 사람들" 이라는 카페에는 녹내장을 알고자 하는 사람들 부터 녹내장 질환을 가지고도 잘 다스리며 살아가시는 환우님들의 살아가는 이야기와 애환이 들어있습니다. 카페주소 http://cafe.daum.net/glaucoma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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