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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skNet] 프로젝트, 프로젝트, 프로젝트...

by 리스크넷 (이 재훈) 2009. 1. 28.

2009년 1월을 맞이한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2월을 바라본다.  참 시간이 빠르게 지나감을 후회하며 느끼고 있다.  작년 11월, 내가 뽑은 오바마가 대통령이 되고... 경제를 살릴것 같다는 기대는 접더라도 가장 국민들과 호흡하며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것 같은 인물이라 생각하여 한 표를 던졌고, 그가 태어나 자라며 성장한 환경이 그에게 더 트인 시각과 마인드를 가지고 있을거라는 기대감에 또 한 표를 던졌었는데... 지금까지 보여주는 그의 행동과 말들은 피부색이 다른 대통령이지만, 주위의 내가 아는 모든 미국 친구들 조차도 박수를 치며 아낌없는 성원을 보내는 그야말로 젊은 이 나라의 리더가 되고 있다.


참 경기가 두렵도록 안좋다.  어제 오늘 곳곳에서 억억 하며 감원소식을 전하고, 여기저기 Big3 (미국 자동차 3사) 에 대한 불만스러운 소리가 내 회사 내에서도 동료들 사이에서 들려온다.  내가 일하는 곳인 Asset Management 회사이기에 매일같이 경제관련 뉴스와 주식 동향에 아주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누가 미국산 자동차를 살거라 보나?' 라는 주위 동료들의 말을 들으면 이제 Made in America 라는 국산품 애용하자는 말도 자동차 산업에는 더 이상 먹히지 않는듯 하다.  사실이지만, 일본 혼다의 Accord 또는 토요타의 Camry 등의 가장 인기있는 자동차들을 한 대 정도씩 가지고 있거나 예전에 타 보았던 사람들이라면 일본차에 대한 칭찬이 마르지를 않는다.  가격 경쟁에서 승부를 거는건, 이제 미국인들의 성향을 잘못 읽고 있는 것은 아닐까?  조금 더 투자를 하더라도 내 만족도가 크고 10년동안 타고 다닌다 해도 크게 잔고장 없이 잘 달리는 자동차를 원하는 미국인들이기에, 잘 만들고 잘 디자인된 일본차에 눈길이 가는건 당연한 결과가 아닐까 싶다.


일주일 내내 블룸버그와 CNN 등의 경제뉴스에서 여기저기 감원소식을 전하는데, 나 또한 움츠려 살 수 밖에 없었던 한 주일이었다.  프로젝트가 얼마나 많이 진척되었고, 지금 하고 있는 프로젝트의 비젼이 얼마나 있고 또 얼마나 바쁘게 일하느냐에 따라 pink slip (해고 통지서를 뜻함) 이 다음날 아침에 내 책상위에 있을지 없을지를 가늠할 수 있기에... 연말이 되고 그리고 새해가 되면 친하던 동료들 사이에도 프로젝트 하나 둘 서로 나눠 가지겠다 밥그릇 싸움에 윗 Boss 에게 아부 하느라 정신없는걸 보면 한국이나 미국이나 회사내 줄타기는 다르지 않은것 같다.  나 또한 지금도 새로운 프로젝트가 떨어지면 내것으로 만들려 소위 '정치'라는 것을 하느라 하루 하루 일 외에도 스트레스를 꽤나 받고 있는데, 이럴때면 퇴근 후 한국처럼 소주 한잔에 훌훌 털고 가면 좋으련만... 아쉽기만 하다.


미국의 회사내 감원은 소리없이 이뤄진다.

한국처럼 퇴직금 제도가 있는것도 아니고, 감원 대상이 되고 해고 통지를 받으면 정해진 날짜에 책상을 비우고 깨끗이 훌훌 털고 일어나야 하는데... 책상에서 정리하고 일어나 회사 문 밖으로 나갈때까지 Security Guard 가 친절히 동행을 해 주니, 나가는 마지막이 참 서럽게 보이기도 하다.  얼마전 출근하는데, 회사 캠퍼스 앞 빌딩과 옆 빌딩 정문과 후문에 꽤 많은 Security Guard 들이 서 있는것을 보고 동료들끼리 수근거린적이 있다.  오늘 대대적인 감원이 있을거라고 아침부터 이야기를 하던 차, 곧바로 여기 저기서 'Bye' 라고 하며 인사하러 오는 다른 부서 동료들이 하나 둘이 아니었다.   하루 동안에 50명이 그렇게 떠나버렸다.


이곳 미국의 경기는, 피부로 느끼는 체감경기는 '나쁘다'는 일반적인 단어를 사용해서 충분할게 아니다.

공포스럽고 삭막하며, 때로는 아침에 출근하면서 원래되로 있어야할 내 책상이 아무일 없기를 바라는 마치 스릴러물을 매일같이 보는 그런 느낌이기도 하다.


2009년 새해, 벌써 두번째 달이 시작된다.

새로 대통령도 뽑았고, 나름대로 새해 다짐도 이것저것 해 두었는데... 이제는 하나 둘 실질적으로 결과를 보이기 위해 하나 둘 마침표를 찍기 시작해야 할 때인것 같다.  시작을 했다 해서 이미 반 이상을 한게 아니라, 시작을 했기에 끝을 보아야 하는 그래서 곧 이미 끝냈어라고 이야기 할 수 있는 좀 더 적극적이고 '요령껏 눈치볼 줄 아는' 그런 자세가 필요한 올 한해 인것 같다.


경기여, 이제 좋아지자....